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의 65%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는 올해 1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의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는 정해진 답안을 추구하는 교육의 무용성을 알려준다. 답이 있거나 세상에 존재하는 경우, 이제는 검색하면 그만이다. 알파고에서 보았듯이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은 앞으로 교육시스템에 근본적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알려준다.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는 "초등학생에게 기계가 더 뛰어날 수밖에 없는 국영수 대신 '사람이 기계보다 잘할 수 있는 걸' 가르쳐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스로 배워서 뛰어난 결과를 만든다는 것은 오류 역시 스스로 만든다는 얘기다. 더욱이 입력값과 결과값만 드러나고 판단을 하는 중간과정이 감춰져 있는 신경망 방식의 알고리즘은 오류가 생겨도 원인을 찾는 게 매우 어렵다. 4국 때 이세돌 9단이 백 78로 알파고의 치명적 약점을 발견해 내자, 딥마인드 데미스 하사비스가 환호한 배경이기도 하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마지막 발명품'이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로봇과 인공지능이 재편할 직업과 산업 지형의 변화는 '발등의 불'이 됐다. 인공지능과 로봇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책이나 투자의 효과도 제한적이다. 디지털과 인공지능 환경에서 산업의 변화 속도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빠르고 광범하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이나 '빠른 추격' 전략도 효용이 떨어지고 있다. 인공지능에 패했지만, 만회하는 방법은 알파고의 결점을 찾아 묘수를 두거나 더 강력한 바둑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데 있지 않다.
이세돌 9단은 위대했다. 이번 대국들도 이세돌 9단이 위대한 능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알파고가 위대해 보이는 것이다. 만일 이세돌 9단이 아니라 평범한 기사가 알파고와 대국을 했다면, 그 누구도 알파고라는 인공지능의 능력에 대해 감탄하지 않았을 것이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이번에 알파고는 한계점까지 동원해야 했다고 밝혔다. 그만큼 이세돌 9단은 인간으로서 최고의 역량을 발휘했다는 뜻이고, 알파고 역시 승리라는 자기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서 최고의 역량을 동원하다 보니 프로기사들을 두려움에 떨게 할 정도의 놀라운 실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